백운컬럼77 돌부리 | 운영자 | 2024-12-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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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젊은이가 가끔 발에 채여서 넘어지기도 했던 돌부리를 뽑아 버리려고 길 가운데 솟아오른 돌부리를 파내고 있었다. 해가 지도록 삽질을 해도 파면 팔수록 점점 더 큰 바위덩어리가 나와서 젊은이가 쩔쩔매고 있었다. 마침 지나가던 노인이 말했다.“ 여보시요 젊은이 돌부리를 파내려 하지 말고 그 위를 흙으로 덮으시오.“ 돌부리는 파묻혔고 길은 평평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크든 작든 마음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갑니다. 그것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입은 상처일 수도 있고 좌절이나 실패의 경험일 수도 있고 가슴 저민 한일 수도 있고 남에게 말하기 싫은 자신만의 콤플렉스일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인간이 존재할 수 없듯이 나름대로 마음의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가 결코 감당할 수 없는 깊은 상처들은 과거 속에 묻히지 않고 살아 숨쉬는 현재가 되어 우리를 괴롭힙니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를 대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이는 상처를 입고서도 꿋꿋하게 바람직한 인간의 길을 개척해 나갑니다. 자신의 아픈 상처를 딛고 일어나 남의 상처까지도 감싸 안으면서 험난한 세상의 파도를 함계 헤쳐 나가기도 합니다. 반면 어떤 이는 마음의 상처만을 아파하다가 허무한 일생을 마치기도 합니다. 카프만 부인은 ‘광야의 샘’에서 “작은 구멍을 뚫고 밖으로 나오는 누에나비들은 때로 날개가 찢지기도 하는 고통의 시간을 갖는다. 보다 못해 나비가 나오는 구멍을 넓혀주었더니 아무 상처 없이 나온 그 나비는 그러나 얼마 안가서 나래를 펴지도 못하고 죽고 말았다.“고 말했습니다. 아픈만큼 성숙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어제의 거침돌을 오늘의 디딤돌로 딛고 일어서는 것이 인간의 지혜입니다.
지나가던 노인이 젊은이에게 일러준 말처럼 아픈 상처인 마음의 돌부리를 파낼 것이 아니라 용서와 화해와 사랑으로 덮어버리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합니다. 뒤돌아보면 그림자가 따라오지만 태양을 마주하면 그림자는 사라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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