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락교회의 한경직 목사님은 부부싸움을 안 하시는 분으로 정평이 나셨었는데 외출하셨다가 집에 들어서면 항상 사모님의 눈치와 안색을 먼저 살펴보시고 좀 이상하다 싶으면, “그저 내가 잘못했어요.” 라며 먼저 인사를 하시니 심기가 불편했던 사모님 얼굴도 언제 그랬던가 싶게 밝아지시곤 하셨다. 원래 서양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악수를 하는 것은 ”나에게는 무기가 없으며 당신에게 적의가 없습니다. 당신과 친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라는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상대방이 인사해 오기 전에 먼저 반갑게 인사를 한다면 그것은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사는 모든 예절의 기본이며, 인간관계에서 존경이나 우정을 말이나 행동으로 나타내는 행동양식이다. 인사 잘하는 사람 중에 불친절한 사람이 없고, 친절한 사람 중에 인사 못하는 사람이 없다. 미국 역사상 유일한 4선 대통령을 역임한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인사 잘하는 대통령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백악관의 종사자들을 만날 때마다 일일이 이름을 부르며 먼저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고 하며, 당시의 시종 들던 모든 직원들로부터 마음에서 우러나는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

무더운 여름날 실직과 가난으로 지친 한 젊은이가 회의와 번민으로 거리를 헤매다가 길 건너편에 두 다리가 없는 한 남자가 두 팔로 낡은 휠체어의 바퀴를 굴리면서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힘차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치지는 순간 그 남자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참 좋은 날입니다.” 그 순간 불만과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져 있던 젊은이의 가슴이 뛰었다. “저 남자는 두 다리가 없으면서도 행복하고 생기가 넘쳐흐르는 데 온 몸이 멀쩡한 나에게는 두 발이 있고 두 팔도 자유롭다. 그렇다면 내가 못할 일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마침내 실의를 딛고 성공한 젊은이의 좌우명은 “구두가 없어서 불편하거든 두 발이 없는 사람을 되새겨 보라.”이었다. 경제대공황으로 절망에 빠진 전 미국인을 다시 일으켜 세운 데일 카네기의 “생각이 사람을 바꾼다.”에 나오는 글이다.

그간 내가 만나본 사회적 지도자들의 공통된 특징을 말하라면 하나같이 인사를 잘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연출역사의 산증인이며 ‘88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 총출연을 맡았던 표재순 당시 SBS 프로덕션 사장과 유니세프 사랑의 걷기대회 개최를 협의하고 사장실을 나오는 데 엘리베이터까지 나와서 환한 미소와 함께 따뜻한 격려를 담은 인사를 건네던 표재순 사장님의 모습은 많은 세월이 흘러도 잊을 수 없으며 그분에게서 인사의 힘을 배울 수 있었다.

오랜 공직 생활을 돌아보니 학벌과 능력이 뛰어난 직원 중에 유난히 승진이 뒤 쳐졌던 직원이 기억난다. 나중에 총무부장에게 알아보니 업무 능력은 좋았으나 예절의 기본인 인사도 하지 않는 직원을 승진시킬 수 없었다고 했다. 동료 사이는 물론 윗사람을 보고도 인사를 하지 못하는 대인관계 미숙이 그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인사는 정중하고 진심으로 상대방에게 호의와 존중심을 보여야 할 터인데 고개만 끄떡이거나 인사를 하며 다른 곳을 보거나 마지못해 손끝으로 하는 악수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려면 먼저 인사를 하라는 말이 있다. 톨스토이는 “어떠한 경우라도 인사는 부족하기보다 지나칠 정도로 많이 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야구의 신이라고 불리는 김성근 감독은 그의 글 “나는 김성근이다.”에서 선수가 입단하면 맨 먼저 인사하는 것을 가르쳤다며 그 이유를 “인사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것이고, 존중이 없다는 것은 겸손이 없고, 겸손이 없으면 오만하다는 뜻이다. 오만은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선수들은 승부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그래서 제일 먼저 가르친 게 인사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스모나 유도 경기를 시작하고 끝낼 때 허리를 굽혀 정중하게 인사한다. 유도를 예절을 가르치는 운동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유도뿐만 아니라 일본 스모 선수는 시합 전에 옆에 놓인 물통에서 물을 떠서 상대방에게 정중하게 건네면서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견지한다.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공부할 때 잘 아는 사이의 두 일본인들이 헤어지면서 서너 번이 넘게 인사를 하고도 돌아서서 다시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일본에서는 인사를 예절교육의 기본으로 가정에서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배웠다. 어린 시절 어른들은 “인사성 하나만 봐도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하시며, 인사해서 뺨 맞는 법 없으니 어른들을 보면 인사를 드리라고 가르치셨다. 어느 복지재단 직원연수에서 직장 예절교육을 부탁받은 나는 적어도 하루에 세 번은 서로 미소를 짓거나 인사하는 운동을 전개하자는 내용의 강의를 했다.

인사(人事)의 사전적 의미는 ‘안부를 묻거나 공경하여 예를 표함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이다. 미국 다코타 인디언의 인사말은 ‘미타쿠예 오야신.’ 이며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라는 뜻이다. 에스키모 이누이트 족의 ‘인사말’은 ‘이요나무트’이며 ‘끝없는 시련에 맞서는 불굴의 용기‘를 뜻한다. 우분투(Ubuntu)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줄루족을 포함한 많은 부족들의 인사말로 “당신이 있으므로 내가 있다.”라는 의미다. 항상 겸손하여 인사성이 바른 사람, 나이와 지위에 관계없이 먼저 인사를 하는 사람, “당신이 있으므로 내가 있다.“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사말 우분투(Ubuntu)의 마음으로 허로 서로 인사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신나는 일터는 우리 모두의 가야할 방향이며 이뤄야 할 꿈일 것이다. 그 꿈은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사의 힘’에서 출발할 것이다. 백운 이배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