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에는 오리 네 마리, 뒤에는 푸른 언덕, 파란 봄 하늘에 흘러가는 흰 구름. 이 사소한 것이 두고두고 생각날 줄이야 눈물로 생각날 줄이야(Four ducks on a pond, A grass bank beyond, The blue sky of spring, White clouds on the wing; What a little thing To remember for years To remember with tears!). 대학원에서 영어교육학을 전공할 때 수없이 외우고 다니던 나의 애송시 윌리엄 앨링험(William Allingham, 1841-1889)의 ‘오리 네 마리’라는 시다. 봄날 맑은 하늘에 흘러가는 한조각 흰 구름과 잔잔한 호수 위에 떠다니는 오리떼를 눈을 감고 생각 보면 “이 사소한 것이(what a little thing)"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사소한 것‘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매우 적다. 또는 하찮다.”이다. 그러나우리가 흔히 사소하다고 말할 때는 “매우 적은 일이지만 소중하게 눈여겨 보라”는 의미와 “일의 경중을 따져보아 하찮은 일이니 버려야 한다.“는 두 가지 서로 다른 뜻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간부 직원을 모집하는 회사에서 2차 시험을 보고 있었다. 앞선 응시자들은 매우 자신 있게 면접관의 질문에 대답했지만 결국 채용되지 않았다. 마지막 응시자가 방으로 들어오다가 바닥에 버려진 종이 두루마리를 발견하고 머리를 숙여 집어 들고 휴지통에 버리려 했다. 이때 면접관이 말했다. “그 두루마리를 펼쳐보시요.” 두루마리에 쓰여진 내용은 놀랍게도 “오늘부터 우리 회사에 근무하게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이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 그날 휴지처럼 버려진 두루마리를 집어 들었던 응시자는 이 회사의 최고 책임자가 되었다. 어떤 교사는 교사 채용 시험에서 학생들 앞에서 남들이 간과한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마다 눈을 맞추며 출석을 불러 합격하였다. 세계 최초로 우주에 진입한 유리 가가린이 20여 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첫 우주인으로 뽑힌 것은 그만이 우주선에 들어가기 전에 신발을 벗고 탑승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한 기업의 비서는 미국에서 온 중요한 바이어의 차표를 예매할 때 후지산이 바라보이는 쪽을 택했다. “작은 것, 사소한 것”들이 모여 한 사람의 미래를 결정한다. 첫 번째 사소한 것의 긍정적 의미는 물방울 하나하나가 모여 바다를 이루듯이 모든 큰일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소극적 의미는 사소한 것에 대해서는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월리엄 제임스는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인간이 자신의 태도를 변화시킴으로써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가 인생의 바다를 평화롭게 항해하려면 두 가지 규칙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라고 했다. 첫 번째 규칙은 사소한 것에 대해 절대로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두 번째 규칙은 세상의 모든 것은 다 사소하다는 것이다. 어느분이 보내온 재미있는 글에 그는 부인과 다툼이 없는 행복한 생활을 하고있는 이유로 자동차나 집을 팔고 사는 일이나 자녀의 진학이나 결혼의 문제를 포함하여 모든 사소한 결정을 부인에게 맡기고 자신은 큰일만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가 말한 큰일이란 나라의 운명이나 미래라고 했다. 국가와 민족의 존망이 걸린 일이 아니라면 모든 일상의 문제는 사소한 일이다. 사소한 것은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해결된다는 것을 터득하는 것은 지혜다. 변화될 수 있는 것들은 변화시키고 그럴 수 없는 것들은 그대로 받아들이며, 이 둘의 차이를 아는 것 또한 지혜다. “우리 뒤에 있는 것, 우리 앞에 있는 것은 우리 안에 있는 것에 비해 아주 사소한 것들입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사상가 랠프 왈도 에머슨의 말이다. 몇 년 전 가을 문화체육부가 내건 슬로간이 “검색이 아닌 사색”이었다. 마음에 새겨야 할 사소한 것과 버려야 할 사소한 것은 무엇인지를 돌아보는 이 가을 사색의 계절을 기대합니다. 백운 이배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