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컬럼65 말의 힘 | 운영자 | 2024-10-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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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컬럼 65 : 말의 힘 허준의 동의보감에 소통하면 아프지 않고 소통이 안 되면 아프다(通卽不痛 不通卽痛)는 말이 나온다. 비단 한 인간의 오장육부만 통해야 병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사이에 소통이 없으면 인간관계에 병이 드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말하지 않고 글 쓰지 않고 살아가기란 불가능하다. 말과 글은 인간관계의 소통의 수단이다. 평생을 배우고 익혀야 할 최대의 과제다. 옛날 어느 임금이 이상한 꿈을 꿨다. 누군가 자신의 치아를 몽땅 뽑아버리는 꿈이었다. 잠에서 깨어난 황제는 승상에게 꿈의 해몽을 물었다. 승상이 대답하기를 “폐하의 가족들이 모두 폐하보다 먼저 죽을 것이라는 징조입니다.” 이 말을 들은 임금은 크게 노하여 솔직히 말한 승상을 사형에 처했다. 임금은 다시 당시의 지혜롭기로 명성이 자자한 아범제라는 사람을 불러 해몽을 부탁했다. 그의 해몽은 “그 꿈은 폐하께서 모든 가족들 중에 가장 장수하실 것이라는 징조입니다.” 라고 말했다. 죽은 승상과 아범제의 대답은 꼭 같았으나 승상은 처형당하고 아범제는 큰 상을 받았다. 같은 말이라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표현을 했다는 데 차이가 있다. 루이스 E. 분은 “인생에서 가장 슬픈 세 가지 말에는 ”할 수도 있었는데, 했어야만 했는데, 해야만 했는데”라고 말했다. 우리는 많은 세월 그런 말을 아낀 아픔을 품고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여기에 반드시 “꼭 그렇게 말해야 했는가?”, “그렇게 말하면 상대방이 상처를 받지나 않을까?”라는 ‘말하기 전의 ‘배려’가 또한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소통은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만들고 그 소통의 수단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절제된 말과 글이 아닌가 싶다. 시성이라고 존경받던 타고르도 세 시간이나 지각을 하고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던 하인을 보는 순간 화를 내며 “당신은 해고야, 당장 그만두고 집을 나가!”라고 소리를 질렀는데 “죄송합니다. 어제 저녁에 딸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라는 하인의 말을 듣고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하고 폭언을 한 것을 크게 후회하였으며, 그날 이후 남의 사정을 알아보기 전에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루터교 목사의 아들로 비교적 안정된 가정에서 자라난 알베르트 슈바이쳐는 14살 때 동내 친구와 싸우다가 친구를 두들겨 팼는데 그 때 매 맞던 아이가 울부짖은 말 “내가 만약 너처럼 매일 잘 먹을 수 있었으면 이렇게 너에게 얻어맞진 않았을 거야.”라는 그 말 한마디가 슈바이처가 1904년 아프리카 흑인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소개한 선교사의 활동보고서를 본 후 어린 시절 싸웠던 동네 친구의 기억을 되살리고 의학을 공부해서 적도아프리카의 오지인 랑바레네에 병원을 개원하고 아프리카의 성자로 이름을 남기는 계기가 되었다. 진심 어린 말 한마디가 상대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기도 하며, 부정적인 말 한마디는 어떤이의 평생 아물지 않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사람의 성공 여부는 그가 하는 말 한마디, 그가 쓴 글, 그가 보여준 행동 하나하나에 달려있다. 중요한 점은 뛰어난 말과 글솜씨와 탁월한 행동 능력은 타고나는 천부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노력으로 습득된다는 사실이다. 말을 잘하려면 먼저 좋은 청취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기들이 말을 배우는 과정은 먼저 부모의 말이나 TV에서 나오는 말을 듣는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듣는 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 자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데도 부모는 “넌 그것도 모르냐? 그걸 말이라고 하냐?” 등등 자녀의 말을 가로막거나 듣지 않으면 아이는 성장하여 남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 될 수 없고, 말을 잘 듣지 못하는 사람이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될 수가 없다. 힘 있는 말은 짧고 간결하여야 한다. TV 광고도 15초 이내에 결정된다. 고속도로에서 “과속은 위험하다.”라는 진부한 설명보다 “과속은 죽음”이라는 말이 얼마나 간결하고 강렬한가. 춘향전에 나오는 춘향 모친 월매는 거지꼴로 나타난 이도령을 데리고 감옥에 갇혀 있는 춘향을 만나러 가서 “그렇게도 기다리고 기다리던 네 서방이 거지 중에도 상거지가 되어 왔다 .” 고 분노하자, 춘향이는 옥문 창살 밖의 이도령 손목을 붙들고 눈물 섞인 목소리로 월매를 향해 “그리 말씀 하지마오. 잘되어도 내 낭군, 못 되어도 내 낭군이요.” 라고 말한다. 춘향이의 가슴을 파고드는 그 짧은 말 한마디가 춘향의 인격과 사상과 정신을 웅변한 힘 있는 말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아인슈타인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는 “이 학생은 무슨 공부를 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없습니다.”라는 담임선생님의 날카로운 지적이 적혀있었고, 이런 성적표를 들고 낙심하고 있는 어린 아들에게 어머니는 “아들아 너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단다. 네가 다른 아이들과 같다면 너는 결코 천재가 될 수 없단다.”라고 격려해 주었다고 한다. 어머니의 비난이나 질책이 아닌 따뜻한 격려와 칭찬의 말 한마디가 20세기가 낳은 인류 최고의 천재를 만들 수 있었다. “너는 다른 건 잘 몰라도 공 하나만은 정말 잘 치는구나.”라는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할렘가를 배회하던 문제아 베이브 루스를 홈런왕으로 만들었다. “기대 이상으로 정말 잘했어. 자네는 우리 재단의 미래를 이끌어갈 희망이야.” 라는 상사의 말 한마디로 열정은 있지만 경험이 부족한 신임 직원의 미래를 결정하는 힘이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집안 어른들과 스승님들의 힘과 용기를 주신 많은 말씀들을 나는 기억하며 감사하고 있다. 어린 시절 어느날 어머니께서 나를 앞에 세우시고 조금 전에 우리집을 들리셨던 희방사스님께서 “너는 커서 나이 40만 넘기면 세상이 알아주는 큰 사람이 될 것이라고 하셨다. 엄마도 너를 믿는다.”고 말씀하셨다. 비록 내세울 것 없이 내 나이 80을 넘어가면서도 어머니의 자식을 믿어주신 그 말씀을 나는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내가 어린이재단에 근무할 때 내 인생의 멘토로 존경하던 차윤근 회장님께서 직원회의 도중에 미국 국무성에서 시행하는 국제 청소년지도자 선발시험이 다음 달에 있는데 이부장이 재단의 명예를 걸고 나가보라고 하셨다. 많은 직원들 앞에서 부족한 나를 믿어주시고 인정해 주신 그 말 한마디는 나에게 미국 유학의 길을 열어주셨고 오늘의 나를 이끌어 준 힘 있는 말이었다. “더불어 말할 만한 사람과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고, 더불어 말을 해서는 안 될 사람과 말을 하면 말을 잃는다. 지혜로운 이는 사람을 잃지 않으며, 말 또한 잃지 않는다.” 논어 위령공편에 나오는 글이다. 캔사스 주 상원의원을 지낸 프랭크 칼슨은 정직한 사람, 겉과 속이 같은 사람, 진리를 말할 줄 아는 사람, 세상을 바로 볼 줄 아는 사람,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할 말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말할 줄 아는 사람을 신과 세상은 필요로 한다고 했다. 말이 변하면 생각도 변한다. 때로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 먼저 자신과 대화를 해야 한다. 자신에게 열정적으로 말해야 한다. 큰 소리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생각은 말로 변하고, 말은 행동을, 행동은 습관을, 습관은 성격을, 성격은 운명을 변화시킨다. 힘 있는 말은 자신의 마음에서 외치는 말을 제대로 듣는 데서 나온다. 말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힘을 지니고 있다. 백운 이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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