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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컬럼64 가을과 시상 운영자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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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시상(詩想)

 

인간은 점()처럼 살아가고 역사는 선()처럼 이어진다. 장구한 인류의 역사에 비해보면 인생은 하나의 점에 불과하지요. 불경 반야심경(般若心鏡)에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란 말이 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실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요, 다만 우리의 눈에 어른거릴 뿐이라는 말이지요.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로 시작하는 가을의 노래는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로 끝난다. 우리 모두는 다 어디론가 가야 할 존재다. 가을이 오면 나는 은사 김동길 교수님이 강의 시간에 읊어주신 박목월 시인의 이별의 노래와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의 눈물이여, 까닭모를 눈물이여가 생각난다. “내 시신을 의대생들이 써라.”는 유언을 남기시고 김동길 교수님은 2년 전 가을날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로 떠나셨다. 교수님 애송시와 가을 백양로를 걷다가 쓴 자작시 한 수를 적어 본다.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박목월 시인의 이별의 노래)

 

눈물이여 어리석은 눈물이여/ 나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하네

어떤 거룩한 절망의 심연에서 생겨나/ 가슴에 솟구쳐 두 눈에 고이는 눈물

행복한 가을의 들판을 바라보며/ 다시 돌아오지 못할 날들을 생각할 적에

눈물이여 어리석은 눈물이여/ 나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하네.

(알프레드 테니슨의 눈물이여, 까닭 모를 눈물이여)

 

늦가을 찬바람에 쏟아지는 낙엽비/ 차마 밟지 못해 쓸지 않는 내 마음.

벌거벗은 나목(裸木)으로 마주서야 할/ 혹한의 겨울을 저도 아는지

다가설 듯 맴돌며 떠나지 못하는 그 마음.

거리에 우수수 낙엽 비 내리고/ 내 마음에 우수의 비 내리고.

안으로 안으로만 스며들어 두 눈에 고여 흐르는 눈물

(2002년 월간문학세계 시인으로 등단한 나의 졸시 낙엽비’)

 

가을이 오면 생각나는 채근담의 마음의 글이 있다. “모든 강물이 흘러 바다로 들어가 보이지 않듯이, 사람들은 세월의 강물에 떠밀려 죽음이라는 바다로 들어가 보이지 않게 된다. 소유한다는 것은 머물러 있음을 의미한다. 모든 사물이 어느 한 사람만의 소유가 아니었을 때 그것은 살아 숨 쉬며 이 사람 혹은 저 사람과도 대화한다. 모든 자연을 보라.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와도 바람이 가고 나면 그 소리를 남기지 않듯이, 모든 자연은 그렇게 떠나며 보내며 산다. 하찮은 일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 지나간 일들에 가혹한 미련을 두지 말라. 그대를 스치고 지나는 것들을 반기고. 그대를 찾아와 잠시 머무는 시간을 환영하라. 그리고 비워두라. 언제 다시 그대 가슴에 새로운 손님이 찾아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가을 겹친 연휴에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아름다운 계절을 마음껏 즐기시기를 바라며. 백운 이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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