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컬럼63 친절은 배려에서 | 운영자 | 2024-09-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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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컬럼 63 : 친절은 배려에서 1953년 그레고리 펙과 함께 공주와 신문기자와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아카데미 여주인공상을 수상한 오드리 헵번은 ‘티파니에서의 아침을’, ‘마이 페어 레이디’, ‘전쟁과 평화’ 등으로 열연하며 숏커트 헤어스타일을 전 세계에 유행시킨 세기의 명배우였다. 그녀는 그러나 생후 3개월까지 눈도 제대로 못 떳고 백일해로 걷지도 못했으며, 나이 열 살에는 나치 추종자였던 아버지의 무책임한 가출로 할아버지의 손에 맡겨졌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29년 벨기에 출신의 오드리 헵번은 그녀가 제2차세계대전의 폐허 속에서 식량과 의료품을 지원해주었던 유니세프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나이 60을 앞둔 1988년 유니세프 친선대로 전세계 굶주린 어린이들을 지원하며 아동의 생명, 보호, 발달, 참여의 권리를 옹호하는 봉사활동에 죽는날 까지 그의 여생을 받쳤다. 내가 일하던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의실에는 헵번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그녀는 생전에 가족들을 모아 놓고 “아름다운 입술을 가지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의 좋은 점을 봐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하루에 한번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너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는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위한 유언 같은 부탁의 말을 남겼다. “미모의 아름다움은 눈만 즐겁게 하지만 상냥한 태도는 영혼을 매료시킨다. 부드러움과 친절은 나약함이 아니라 힘과 결단의 표현이다.”라는 글을 남긴 칼린 지브란은 친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친절(親切)의 한자 친(親)은 나무(木) 위에 서서(立) 바라본다(見)는 말로 내가 바라보는 상대인 ‘남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친근하고 다정함‘을 말한다. 삶이 결코 공정하지만 않다는 진리를 깨달을 때 비로소 우리는 타인과 자신에 대해 진정한 의미의 연민을 품게된다. 진정한 연민이란 불행에 빠진 사람을 보고 위로의 말 몇 마디를 건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를 향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모든 사람에게 사랑과 친절을 베푸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이다.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과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질병과 싸우며, 환경을 보호하고, 어려운 친구를 돕고, 친절한 말과 다정한 웃음으로 누군가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것이다. 오늘 친절한 말과 다정한 웃음으로 누군가의 고독을 덜어줄 수 있다면 그것은 각박한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될 것이다. 역사에 기록된 위인들이 위대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 대부분이 항상 남을 생각하고 배려하며, 그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습관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트루먼 대통령은 항상 “내가 뭐 도와줄 일이 없느냐”고 묻곤 했다. 친절은 먼저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며, 상대의 입장에서 들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오래전에 백화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어느 고객이 백화점에서 산 옷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여 다시 찾아갔는데 점원은 말하기를 “같은 제품의 옷을 수백벌 팔았지만 문제가 있다고 다시 들고 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퉁명스럽게 말하고 있을 때, 마침 매장을 지나가던 판매팀장이 다가와서 고객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는 “죄송합니다. 이 양복을 어떻게 처리해 드리면 되겠습니까? 일주일 정도 더 입어보시고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다른 옷으로 교환해드리거나 환불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손님은 팀장의 친절에 감동하여 오히려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고 한다. 판매직원과 판매팀장의 고객을 대하는 태도의 다름을 보면서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모든 비난을 해결하고, 얽힌 것을 풀어 헤치며, 어려운 일을 수월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친절이다.”라고 말한 톨스토이의 글이 떠올랐다. 폭풍우가 심하게 치던 어느날 미국 중소도시의 작은 호텔에 노부부가 방을 구하려 왔으나 그 호텔은 물론 인근의 모든 호텔에 빈방이 없었다. 노부부의 딱한 사정을 안 종업원이 자기의 빈방을 노부부에게 내주었다. 젊은 종업원의 친절에 감동한 노부부는 다음날 호텔을 나가면서 그 종업원에게 ‘친절을 잊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얼마 후 노부부는 그 젊은 종업원을 뉴욕으로 초대하였고 그들 소유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종업원으로 채용하였다가 후에 지배인을 거쳐 호텔 운영을 넘겨주었다고 한다. 친절은 보상을 요구하지 않지만 친절의 결과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1982년 강보영 이사장이 설립한 안동병원은 고객 환자의 입장을 배려하는 맞춤 서비스로 출발하여 “입원에서 문상까지”의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고 환자가 퇴원할 때 담당 병동 간호사들이 모두 현관까지 나가서 배웅을 하며, 퇴원후 한 달이 지나면 직접 환자의 가정을 방문하여 건강을 체크해 주고, 입원중이던 환자가 사망하면 진료했던 의사들은 검은 양복을 입고 문상을 한다. 친절과 고객 중심으로 성공한 안동병원은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청바지 차림을 한 신사가 새로운 큰 사업을 은행 측과 의논하려고 찾아갔는 데 마침 자리를 비운 담당자를 한 시간이나 기다렸으나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면서 은행 여직원에게 주차권 도장을 찍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런데 여직원은 “은행방침에 따라 당일 입출금을 하지 않은 사람은 도장을 찍어 줄 수 없다.” 면서 단호하게 그의 부탁을 거절해버렸다. 마음이 몹시 상한 그는 다음날 이른 아침에 은행에 와서 예금 해 놓았던 수백만 달러를 모조리 찾아 다른 은행에 저금해 버렸다. 그가 바로 IBM 전 회장 존 에이커스였고 은행은 막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불친절의 대가는 반드시 돌아오는 법이다. “모든 은행에서 고객이 은행원에게 받는 지폐는 같지만 다만 은행원이 다를 뿐이다.”라고 말한 스텔리 마커스는 사람을 대하는 무례하고 거친 태도는 사람의 마음의 문을 닫게 하는 반면 친절하고 예의바른 행동 앞에서는 모든 문들이 열린다는 뜻이다. 불친절한 사람과 함께 일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청나라 강희제 시대의 재상 장정옥이 고향에 관리인을 보내서 저택을 짓게 하였는데 이웃집이 경계선에서 석자를 더 주장하여 땅을 다투다가 관아에 소송을 올리게 되었다. 관리인은 소송을 다루게 될 고을 현령에게 잘 선처하도록 부탁하는 편지를 주인인 북경의 재상에게 올렸는데 주인인 재상 장정옥은 “천리 길 온 편지가 길과 담 사이의 겨우 석자 때문이라니 땅 석자를 이웃에 양보하면 무슨 해가 있겠는가. 만리장성은 지금도 있건만 그 때의 진시황을 지금 누가 보았는가(長城萬里今猶在 誰見當年秦始皇)”라는 내용의 시 한수를 지어 관리인에게 보냈다. 관리인은 이웃집에 땅 석자를 양보하고 소송을 취하하였는데, 다투던 이웃도 재상의 시를 읽고 마음에 느낀 바 있어 자기도 땅 석자를 양보하여 담과 담 사이에 여섯자 길이의 공터가 생기니 누구나 다닐 수 있는 큰 길이 되었는데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에도 그곳에는 ‘여섯자 골목(六尺巷)이라 불리우는 골목이 있다고 한다. 중국의 존경받는 학자 남희근의 ’역사와 인생을 말한다.“에 나오는 글이다. 배려란 다른 사람의 처지와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 사람과 같은 입장에 서 보는 것이다. 재상 장정옥은 힘없는 이웃에 대한 연민과 배려를 통해 친절한 이웃, 넓은 마음의 재상으로 역사에 남아있다. 영국 작가 월플(1717-1797)은 인생은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희극이며 느끼는 사람에게는 비극이라고 했다. 인생을 희극으로 만드느냐 비극으로 만드느냐는 바로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 기회를 선용하는가 아니면 걷어차느냐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생각해본다. 친절을 지키는 데는 비용이 들지 않지만 그 친절의 결과는 매우 크다. 오늘 어떤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었다면 우리는 가치 있는 하루를 산 것이다. 백운 이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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