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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운컬럼103 부러움의 철학 | 운영자 | 2025-11-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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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다(Life is a tragedy when seen up close, it’s comedy from a distance).” 20세기초 전설적인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이 남긴 명언을 나는 좋아한다. 어느 나무꾼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가서 풀숲을 헤치려다 호랑이를 만났다. 피하려고 나무 위로 기어올라갔는 데 배가 고픈 호랑이가 아래서 나무 밑둥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마침내 나무꾼이 땅에 떨어지면서 하필 호랑이 등위로 떨어지자 깜짝 놀란 호랑이가 사력을 다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죽을힘을 다해 호랑이 등에 매달려 얼굴이 사색이 된 나무꾼을 멀리서 보고는 사람들이 말했다. 우리는 죽자고 일하는 데 어떤 놈은 팔자가 좋아 저렇게 호랑이 등을 타고 놀고 있다면서 그 나무꾼을 부러워했다. 살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나무꾼의 비극을 마을 사람들은 알지도 못하고 제멋대로 판단하여 부러워하고 있다. 웃음 속에 감추어진 남의 눈물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다. “나는 비를 맞으며 걷기를 좋아한다. 아무도 내 눈물을 볼 수 없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찰리 채플린의 두 번째 명언이다, 언젠가 “대한민국의 3~40代에 대한 설문지에서 인생을 살면서 가장 가슴이 아픈 때는 입사 동기가 자기보다 먼저 승진했을 때”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상대나 동료가 일을 잘했거나 승진을 했을 때 진심으로 부러워 할 줄 아는 직장문화, 진정한 ‘부러움의 철학’이 필요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전적 의미의 ‘부럽다’는 남의 좋은 것을 보고 자기도 그렇게 되고 싶거나 그런 것을 갖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말하고 있다. 내가 말하는 ‘부러움의 철학‘은 자기보다 나은 사람 혹은 자기에게 없는 것을 소유한 사람과 비교하는 자신의 열등감이 만들어 내는 병든 시기심이 아니다. 내가 갖지 못한 남의 것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흠모하며, 나도 노력하여 그를 닮아가려는 “나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바람을 말한다. 운명은 우연이 아닌 선택이며,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성취하는 것이다. 나보다 나은 사람,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을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나 또한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라던 동네 어른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중에 뱁새가 다리가 짧아서 종종걸음을 하는 자기 분수도 모르고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황새를 따라가다가는 해를 당하기 쉽다는 속담이었던 것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지나온 긴 세월을 뒤돌아보는 나이에 이른 나는 내가 걸어온 길이 비록 화려한 장미 꽃길(rosy road)과는 먼 가시밭 길이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나에게는 닮고 싶고 따르고 싶었던 두 분의 큰 스승이 있었고, 그 분들을 부러워하며 평생에 나에게 주어진 길을 열성을 다해 따라가다 보니 지금 여기까지 걸어올 수 있었던 나 자신에 감사한다. 험하고 굴곡진 인생길에 일마다 때마다 승리할 수는 없겠지만, 승리한 사람의 승리와 실패한 사람의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는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기 손안에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정당하게 평가하지 못하고 그 것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그 값을 매겨보려고 한다.”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명언이다. 뱁새는 다리가 짧아서 황새가 엄두도 못내는 가시덤불을 헤치고 달려 나갈 수 있으며,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가는 나뭇가지에서 안전한 휴식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말하는 부러움의 철학은 내가 두 발로 서있는 바로 이 곳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바로 이 것으로부터 출발 하자는 것이다. 우리들은 다른 사람의 화려한 성공만 바라보고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숨겨진 눈물을 보지 못한다. 에이미 상을 30회나 수상했고, 2018년 미국 타임지에 세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된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인종과 성의 벽을 넘어 전 세계 모든 이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성공한 그녀의 ’오늘‘ 뒤에는 상상을 넘어서는 ’어제‘가 있었다. 그가 쓴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What I know for Sure)’에서 윈프리는 “당신이 확실히 아는 것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가난한 미혼모에게서 태어나 어머니 대신 할머니 손에서 자라야 했고, 근친상간으로 14세에 미혼모가 되었으며, 출산 2주만에 아이가 죽자 가출한 후 마약 복용으로 하루하루를 지옥같이 살았다. 신앙으로 새사람으로 변화되기까지 그녀는 삶의 의욕조차 잃은 107 킬로그램의 뚱뚱한 몸매의 불행한 흑인 미혼모에 지나지 않았다. 몸과 마음의 아픔으로 얼룩진 그녀의 삶이 신앙으로 변화되고 자신 속에 감춰졌던 ‘진정한 자신만의 일’을 찾아가면서 이제는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의 한 사람으로 우뚝 섰다. 그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하루 다섯 가지의 ‘감사 일기’를 썼다고 한다. 습관처럼 기록해온 감사 일기의 내용은 아주 작은 일상의 것들이었는데, 매일 아침에 거뜬하게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어서, 유난히 눈부시고 파란 하늘을 보게 해주셔서, 점심 때 맛있는 음식을 먹게 해주셔서, 얄미운 짓을 한 동료에게 화내지 않았던 참을성에 대하여, 자신이 읽은 좋은 글을 써 준 작가에게 감사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드러내지 않은 일기 속의 감사는 닮고 싶고 부러워했던 토크쇼의 전설들에 대한 부러움과, 평생을 지고 가야 했던 과거의 아픔을 극복해 낸 자신에 대한 감사가 아니었나 싶다. 우리가 잘 아는 나다니엘 호손의 큰 바위 얼굴(The Great Stone Face)에서 주인공 어니스트는 어릴 적에 어머니로부터 동네 바위 언덕에 새겨진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어린아이가 마을에서 태어나 훌륭한 인물이 될 것이라는 전설을 듣는다. 그는 성장하면서 부자도 만나고, 전쟁 영웅도 만나고 유명한 정치인도 만났지만,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을 찾지 못했다. 세월이 지난 어느날 마을의 시인이 그를 보고 “당신이 바로 큰 바위 얼굴”이라고 소리친다. 나다니엘 호손은 큰바위 얼굴을 통하여 자신이 동경하고 부러워하는 사람을 가슴속에 품으면, 자신도 그를 닮아간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가슴속에 닮고 싶고 부러워하는 큰바위 얼굴을 품고 있는가? 백운 이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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