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보다 못한 한국 입양아동의 의사표시권"
[인터뷰]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
'도가니사건'으로 아동학대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각인되고 있는 때에 우리나라의 아동학대에 대한 현황을 살펴보았다. 저출산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되어 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한 해에만 89명의 아동이 부모나 친척의 구타와 학대로 생명을 잃었다.
연구에 따르면 폭력과 학대를 경험한 아동이 성인이 되면 대부분 그 자신이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의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학대와 폭력이 없는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것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책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해외입양에서 아동보호와 협력에 관한 헤이그협약이 1993년에 제정됐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이 헤이그협약에 대한 비준을 안 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우리 정부가 비준했지만 협약에서 요구하고 있는 입양허가제는 유보하고 있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 입양아동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미혼모 아동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너무나 열악하고 미흡하기 때문이다. 저출산 시대에 이 땅에 태어난 아동을 해외입양을 보내기보다는 친생모 스스로가 양육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과 복지를 강화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그래서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아동보호체계를 더욱 강화할 필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부분 해외로 입양되고 있는 미혼모 아동을 우리가 스스로 안고 갈 수 있도록 정부는 제도적 지원방안을 고민하고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 강하게 남아 있는 혈연중심의 사고방식과 후진적 문화는 과감하게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규모와 위상에 걸 맞는 아동보호정책의 절실함을 생각하며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이배근 회장을 만났다. 그는 평생을 한국아동의 권리신장을 위해 일해왔다. 다음은 지난 11월 26일 이배근 회장과 서울시내 사무실에서 나눈 일문일답이다 .
- 한국 아동의 권리와 관련한 해외입양문제를 법적 차원에서 진단하면 어떤 점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입양문제는 입양인과 입양부모 그리고 친부모 등 입양 3자뿐만 아니라 입양기관, 입양관련 국가 간의 다양한 제도적, 법적, 사회 관습적 차원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해외입양문제를 법적 차원에서만 진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유엔아동권리협약'이나 '국제입양에서 아동보호 및 협력에 관한 헤이그협약에 따르면 아동의 최상의 이익(the best interest of the children)의 원칙이 그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서명 비준한 이래 4차에 걸친 '국가보고서'를 제출했다. 아울러 국제법의 효력을 갖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위배되는 국내법 조항은 거의 수정되어왔다. 또한 15세 이상 아동입양에 대한 의사표시권 보장, 아동의 부모면접 교섭권 등이 유엔아동권리위원회 권고에 의해 관련 국내법도 개정되었다.
그러나 입양아동의 의사표시권이 필리핀 등에서도 만 10세 이상의 아동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5세 이상으로 되어 있는 것은 모순이다. 이를 만 10세 이상 또는 아동의 의사표시 능력에 따를 수 있도록 연령이 하향 조정되어야 한다. 입양인의 부모면접교섭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 상황이나 전문사회복지 윤리에 따른 비밀보장의 원칙준수 등으로 실제 입양인의 친부모 교섭권 보장은 앞으로도 많은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정신에 기초한 헤이그협약은 아동이 친생가족체계 안에서 성장할 권리를 최우선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친생가족으로부터 보호되고 양육받을 아동권리를 보호하는 일에 우리 정부가 소홀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아동권리신장의 차원에서 정부가 정책을 수립해서 강력하게 추진하도록 견인하는 일에 한 역할을 소개해달라.
"1985년 정부가 처음으로 '선가정 후시설보호' 정책을 수립함으로서 부모를 잃은 도움이 필요한 아동들이 생활보호시설로 입소하는 대신 지역사회가정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소년소녀가장가정' 제도를 정착하는 일과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후원자 개발에 당시 어린이재단 복지부장으로서 노력했다.
1988년 정부로부터 대한민국어린이헌장 개정위원회 간사장으로 위촉받아 '어린이는 가정에서 보호받고 성장하여야 함'을 시민사회에 알리는 일에도 노력했다. 1997년엔 가정폭력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기초안 마련과 2000년 아동복지법 개정을 위해 노력했다."
- 우리 정부가 친생가족 특히 미혼모 가족보호에는 소홀하면서 입양활성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은 모순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것이 모순된다면, 한국사회에서 아동권리 운동의 대표적인 인사이자 선구자로서 살아오신 분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떤 역할을 하신 바가 있으신지 또 하실 계획이 있으신지?
"도움이 필요한 아동들을 보호하고 양육하기 위한 국가와 시민사회의 책무는 어떤 경우에도 아동은 시설이 아닌 가정에서 그 친생부모에 의해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미혼모 또는 미혼부 가족은 비록 한부모가족이라 하여도 우선적으로 정부와 시민사회가 보호와 육성을 위한 정책적·제도적 지원을 강화하여야 한다.
우리나라가 전통적으로 가정의 문제를 국가사회의 문제로 인식하기보다는 개인의 문제로 이해해왔기 때문에 미혼부모가족에 대한 정부정책이 미흡하다는 점은 그간 많은 사람들에 의해 지적되어왔고 하루속히 강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경제적 이유가 아닌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 특성 등으로 미혼모가 자녀양육을 포기할 경우 그 첫 번째 대안은 결국 입양이 될 것이다. 비록 정부는 2004년부터 가정위탁제도를 활성화하고 있으며 가정위탁보호 또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가정위탁보호는 어디까지나 일시적 보호라는 한계가 있어 입양은 미혼부모가 포기한 아동의 가정에서의 보호와 건전양육을 위해 입양은 앞으로도 차선책으로 필요할 것이다."
-전문 인터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6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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